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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거꾸로 가는 文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사승인 2017.07.13  17: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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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해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월성 1호기 원전 또한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탈핵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5일 오후 6시 11분께 한울원전 5호기(가압경수로형·100만kW)가 원자로 보호신호 작동으로 가동을 정지했다. 원자로 안에 설치된 원자로냉각재 펌프 4대 가운데 2대가 정지하면서 보호신호가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한울원전 전경. / 연합

문 대통령의 당시 연설을 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낮은 가격과 효율성만을 추구, 값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다는 주장이나 원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 것, 2016년 9월에 일어난 진도 5.8의 지진을 ‘경주 대지진’이라고 부른 것,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라는 것 등이 그렇다.

대통령 연설에서 드러난 ‘탈핵’의 수준

외교적 결례를 범한 주장도 있었다. 2011년 3월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까지 총 1368명이 사망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내용은 즉시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돼 일본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일본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실제 원전 사고 사망자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일본 경시청이 공식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도호쿠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 5893명, 실종자는 2556명이었다. 대부분 지진으로 인해 붕괴된 건물에 깔리거나 쓰나미에 휩쓸려 생긴 인명 피해였다. 일본 원자력 안전·보안원 집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직·간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사람은 4명뿐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숨진 사람이 1368명이었다는 주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며, 일본 도쿄신문의 보도가 원 출처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 1368명이라는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며 이어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30km 이내 인구는 불과 17만 명에 불과했지만 우리나라 고리원전 반경 30km 안에는 부산 248만 명, 울산 103만 명, 경남 29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어,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한 뒤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고 외쳤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원전 운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심지어는 원자로 전원이 끊기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과거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폐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원전 사고 관련 내용이 대부분 언론에 보도됐던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면서, 지구 온난화와 파리기후협정 등을 설명한 뒤 “원전을 폐기한 자리는 신재생 에너지로 채우겠다”고 주장했다.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그 자리를 천연가스 발전설비로 메우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고리 1호기 폐쇄는 원전 해체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지금까지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뿐이며, 한국은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가운데 41개를 확보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이 주장들은 세계적 흐름이나 사실과는 차이가 많다. 특히 세계 각국의 ‘탈원전 정책’ 추세나 원전 해체 기술, 원전 사고에 대한 이해가 그렇다.

독일, ‘탈원전’ 25년 간 국민 논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관계자들이 모범 사례로 꼽는 독일의 경우 원전 폐기를 합의하기까지 무려 25년 동안의 국민적 논의가 있었다.

시작은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문이었다. 독일은 1990년 신재생 에너지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난 뒤 원전 폐기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1998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연립 정부를 수립한 뒤 ‘원전을 점진적으로 폐기한다’는 정책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탈원전 정책’을 공식 발표하기 까지는 13년이 더 걸렸다.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자 독일 전역에서 원전 반대시위가 일었고, 결국 2011년 4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탈원전 정책’을 최종 결정했다.

당시 종교계, 재계, 정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로 구성한 위원회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을 두고 메르켈 총리는 내각을 소집한 뒤 다시 7시간 동안 토론을 벌여 ‘탈원전 정책’을 결정, 발표했다.

반면 국내의 ‘탈원전 정책’은 일부 환경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이들에 우호적인 정당에서 들고 나온 것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 발전시설 대체를 위한 전략 수립, 사회적 비용 증가 영향평가 등은 전혀 공론화되지 않았다. 원전은 모두 위험하다는 주장도 ‘탈원전’을 외치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모범 사례로 든 독일의 경우 2011년 당시 전체 발전량 가운데 에너지 소비량으로 보면 석유 33.6%, 천연가스 21.4%, 석탄(무연탄+갈탄) 24.1%, 원전 8.6%, 신재생 에너지 10.7%였다. 독일은 국민안전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결정했지만, 석탄 발전의 비중을 한국처럼 갑자기 크게 줄이기보다는 보다 15년 이상의 여유를 두고 줄이면서, 그 사이에는 친환경적인 발전 설비로 교체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의 경우 2016년 말 기준으로 보면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 37.5%, 석탄 43.3%, 석유 0.7%, LNG 등 천연가스 13.6%, 수력 0.7%, 기타 집단·대체 에너지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탈원전 정책’을 발표할 당시 신재생 에너지 소비 비중이 10.7%였다는 점을 봐야 한다.

‘탈원전 정책’이 나온 뒤 독일에는 연간 전기요금이 4인 가구 기준으로 37만 원 가량 증가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독일로 이민한 한국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전기요금이 한국에 비해 굉장히 비싸다”는 것이다. 한 블로거는 한국의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800리터급 양문 냉장고를 독일에 가져갔다가 월 45만 원이나 되는 전기요금을 냈다는 경험담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외교부 등이 조사한 통계를 봐도 한국 가정과 독일 가정의 월 333kWh 사용 요금은 3배 이상 차가 난다.

이런 이유에다 한국과 달리 고층 아파트가 많지 않고, 전력 회사를 여러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독일에서는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가정마다 태양광 발전 설비 등을 설치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한국에서 ‘탈원전 정책’과 ‘탈석탄 정책’을 내세워 전기요금이 배 이상으로 뛰게 될 경우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는 다른 문제도 있다. 2011년 당시 독일의 소비전력 가운데 천연가스 발전이 21.4%를 차지했다. 대부분 중앙아시아를 통해 러시아에서 끌어온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갈등이 생기거나 독일 정부가 러시아와 외교적 마찰이 생길 때면 천연가스 가격이 대폭 오르거나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이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천연가스는 대부분 중동 국가에서 수입한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 안팎에서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부족해질 전력 공급을 보충하고,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등을 위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 공급 라인을 구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안보를 러시아에 갖다 바치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 본 세계 원전 정책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 나온 ‘세계 원전 정책’ 또한 사실과는 꽤 다르다. 지난 5월 26일 조선일보에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기고문이 실렸다. 이 글에는 중요한 사실들이 나와 있다.

▲ 지난 3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사무소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와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의 간담회에서 범군민대책위가 공사 중단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연합

주한규 교수는 미국 에너지부 에너지 정보국이 작성한 ‘2016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러시아, 영국을 필두로 여러 나라가 원전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미 36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21기를 추가로 건설 중이고, 11개국에 30기의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며, 영국은 13기의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이고, 인도는 원전 10기를 건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주한규 교수는 “미국은 1979년 3월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 세계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원전 건설과 기술 개선을 토대로 세계적인 원전 경쟁력을 갖춰 UAE에 원전을 수출하고, 영국 정부로부터는 자국 원전 건설에 참여를 요청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발전산업협회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현재 세계적으로 449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고, 60기를 건설 중이며, 164기는 건설 계획 중이라고 한다. 지은 지 오래 돼 영구 정지(폐쇄)한 원전은 160기였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43기의 원전을, 중국이 36기, 한국 25기, 인도 22기, 대만 6기, 파키스탄이 4기를 운전 중이라고 한다.

북미 지역에서는 미국이 원전 99기를 운전 중이고, 34기를 폐쇄했으며, 4기를 건설 중이고, 18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캐나다는 19기를 운전 중이고 6기를 폐쇄했으며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가 58기의 원전을 운전 중이고, 12기를 폐쇄했으며, 1기를 건설 중이다. 이어 러시아가 35기를 운전 중이고 5기를 폐쇄했으며 7기를 건설 중이고, 추가로 25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영국은 15기를 운전 중이고 30기를 폐쇄했으며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15기를 운전 중이고 4기를 폐쇄했으며 2기를 건설 중이고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들 나라 외에도 스웨덴 10기, 스페인과 벨기에가 7기, 체코가 6기, 핀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4기의 원전을 운전 중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원전 기술, 버려야 하나

세계 주요 국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원전을 건설하거나 새로 지으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전 기술은 1950년대에 머무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는 4세대 원자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이 구소련에게서 인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스마트 원전’은 현재 세계에서 처음 건설하는 3.5세대 원전이다.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54년부터다. 하지만 원전은 지진이나 폭격, 테러 등으로 발전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노심융용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때문에 1970년대 원전의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2세대 원전이 출현했다. 한국이 처음 지은 고리 원전 1호기(미국형 경수로)와 월성 원전(캐나다형 경수로)도 그렇다.

1990년대에는 원전 발전 과정에서 사용하는 우라늄 235의 에너지 추출 효율성을 30%가량 높인 3세대 원전이 나왔다.

영광, 월성 등에서 운영 중인 한국 원전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안전성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발전 후 나오는 핵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거대한 초기 비용과 핵폐기물 발생, 진도 8.0 이상의 대지진이 생길 경우 우려되는 안전성 등은 원전 개발자들에게는 고민거리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EU, 인도 등은 4세대 원전 개발에 집중한다.

하지만 지진이나 폭발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원전 가동이 멈추고 노심이 식으며, 고준위 핵폐기물도 나오지 않는 4세대 원전 개발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은 3.5세대 원전인 ‘스마트 원전’을 개발, 2015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 기술 제공을 바탕으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 원전의 특징은 원전 발전을 위한 핵분열 반응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데 대량의 물이 필요하지 않으며, 크기 또한 작은 3층 건물 정도다. 진도 7.0의 지진과 높이 10m의 쓰나미에도 견딜 수 있으며, 원전 내부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와 같은 수소 폭발이 발생하지 않는다. 위험한 노심은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채워지는 물로 식힌다.

다만 발전량이 대형 원전의 30% 안팎으로, 10만 명 정도가 사는 소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인 반면 건설 비용은 절반에 가까운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원전을 바닷가나 큰 강가에 지을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에 ‘탈석유 경제’를 추진 중인 중동 산유국이나 남미 산악 국가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다.

이런 스마트 원전이라면 우리나라 곳곳에 세워도 좋지 않을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한국전력이다.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반도 내에서 짓는 원전은 모두 한수원이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래부가 주도해서 스마트 원전을 제주도 등에 건설하는 데 반대한 바 있다. 지금의 원전을 이런 스마트 원전으로 대체할 경우 미국이나 영국, 독일, 심지어 러시아나 중국에도 수출할 길이 열리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과학자들보다는 환경단체 출신 인사들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 부처 사업을 키우려는 일부 관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webmaster@futurekorea.co.kr

<저작권자 © 미래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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