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캠프 데이비드 정상 합의와 북한인권
[전문가 진단] 캠프 데이비드 정상 합의와 북한인권
  • 제성호 미래한국 편집위원·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4.01.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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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8일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은 “3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만방에 선포했다. 이 정상회담은 한·미·일 정상회의가 1994년 처음 열린 이래 특별히 3국 정상이 3자만의 공통된 관심사를 다루기 위해 회동한 첫 사례였다(종전의 3국 정상회의는 다자 정상회의 기간 중 성사된 부수적인 side-event였다).

 또한 회담 장소가 현대 국제정치사의 획을 그은 역사적 장소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토픽 뉴스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런 점에 비춰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담이 갖는 역사성과 상징성은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

주지하는 바와 같이 캠프 데이비드는 1943년 5월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칠 영국 총리와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위한 공동의 전략을 논의한 장소였고, 1978년 카터 대통령이 세기의 화약고라는 중동의 평화를 위해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의 평화협정을 중재한 곳이기도 했다.

역사적 대전환을 이룩한 과거의 전례를 감안할 때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이른바 신냉전 질서 하에서 동북아는 물론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한 3국 간의 공통된 비전과 공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었다. 

실제로도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3국 간 안보·경제 협력관계의 복원 및 확대가 천명되었다. 곧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발표를 통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에서 안보 및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첨단기술, 글로벌 현안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긴밀한 공조체제를 확립했던 것이다. 아울러 쿼드(QUAD)나 오커스(AUKUS) 등 현존하는 소다자 협력체 중에서는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협력체로 부상하게 되었다.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합의문은 ① 정신, ② 원칙, ③ 공약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칙 가운데는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먼저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한국이 제시한 비핵평화 전략의 기본방향과 추진과제에 동의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 기정사실화에 반대한다는 점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포기’라는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외에, 비핵화에 호응하면 안보와 번영,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3국 공통의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 그런 반면 좋은 행동에는 반응하지만 나쁜 행동에는 더 이상 보상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즉, 비핵화에 관한 의미 있는 조치가 있기 전에는 유엔 및 각국의 독자적 제재 해제는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북 자유의 확산 내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추구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는 것은 ‘자유와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는 대북 자유의 확산 내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추구한다는 것을 가리키며, 궁극적으로는 북한 사회의 자유화, 정치체제의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풀이된다.

‘평화’는 1차적으로는 전쟁이나 폭력 반대, 대화와 협상 및 교류를 통한 평화적 통일 노력을 지지한다는 것을 지칭한다. 아울러 그동안 북한이 추구하여 온 핵무기 개발 및 각종의 대남 무력도발 등 군사적 대결 노선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내포한다고 새길 수 있다. 

현재 북한은 ‘남조선혁명에 기초한 사회주의통일(연방제는 그 수단에 불과하다)’을 추구하는 가운데 핵위협과 대남 강경·압박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자유’의 가치와 ‘평화’의 방식에 기초한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지지’의 표현은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는 3국의 의사를 웅변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3국 정상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을 언급하기 바로 전에 “북한 내 인권 증진을 위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당연하며, 논리적으로도 맞는다. 북한인권 개선은 자유통일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해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의 의지를 재확인한 점이다. 

이 3가지 범주의 문제는 세계 최악의 북한인권 상황과 관련해서 작금 핵심적 사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한·미·일 3국이 각기 각별한 관심과 이해관계를 갖는 이슈이기도 하다. 3국에 있어 ‘자국민 보호’의 문제로 현존하고 있거나 그러한 경험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납북자 문제에는 한국과 일본이 관여돼 있다. 미귀환 국군포로는 주로 한국의 관심사이지만, 6·25전쟁의 산물(희생자)이란 점에서 미국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억류자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관여되어 있다. 이와 관련, 6명의 한국인 선교사들이 북한에 끌려간 다음 그곳에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북한에 억류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금년 7월 18일 월북한 미군 병사의 경우 ‘유사 억류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상기 3가지 이슈는 유엔 총회 및 인권이사회가 채택하는 북한인권 결의에서 ‘강제실종(enforced disappear-ance)’의 틀 안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들 문제에는 납치·은폐·불송환·비자발적 강제억류 등 불법성 내지 범죄성이 존재한다. 또한 북한 당국의 자유의사 확인절차 불허 또는 당사자의 행방에 대한 정보 제공 지속 거부라는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작금 유엔은 이들 문제를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 합의를 계기로 향후 상호 관련성이 있는 이들 문제에 대한 한·미·일 3국간의 공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3국이 북한인권대사협의체를 정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응 분기별 1회 개최가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 해결 내지 개선을 위한 공통의 방안을 강구하고 즉각 실천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점차 정보 접근권 개선 문제, 탈북자 문제,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 문제, 책임규명 문제 등 다른 북한인권 사안으로 협의의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참가국들의 범위가 3국에 그치지 않고 호주, 캐나다, EU 등 북한인권 관심국들에까지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납치 문제에는 태국, 루마니아 등 제3국도 관여되어 있는 만큼, 관련국들도 참여토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2014년 9월 유엔 총회 개회 직후 한·미·일·호주의 외교 장관과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 등이 참석하는 북한인권장관급회의가 열린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인권 관심국들의 장관급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유엔 총회 기간 중 연 1회 북한인권장관급회의를 개최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한·미·일 3국은 현재 북한인권에 대한 국내법을 제정·실시하고 있다. 곧, 대북 ‘입법적 개입(legislative intervention)’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   (현 인권이사회의 전신)가 북한인권 결의를 처음으로 채택한 지 만 20년을 맞이하는 금년까지도 유엔 회원국 193개 국 중에서 세 나라만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는 사실에 아쉬움과 강한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상당수 회원국들이 북한인권 결의를 하나의 통과의례로만 생각해 왔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그렇기에 이제 유엔은 북한인권 결의를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면, 회원국들에게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고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나아가 각국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취한 조치와 예산 사용 내역 등을 사무총장에 통보해 주도록 요청하는 내용까지 추가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울러 유엔 차원에서 북한인권 핵심 가해자에 대한 표적제재(targeted sanctions)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안전보장이사회가 당장 이에 대한 실효적인 후속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한·미·일 3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인권제재를 하는 현실에 만족하거나 안주할 수도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조속히 독립전문가그룹을 구성해 북한인권 핵심 가해자에 대한 표적제재 문제에 대해 조사·연구토록 하고 실효성 제고방안(이와 관련, 관련국의 표적 제재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한편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보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년 2월은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 10주년

금년 3월 윤석열 정부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인권법에 따라 공식적인 조사 활동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정부 보고서의 형태로 발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사계의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 보고서 체계와 내용을 다듬어 2024년에는 보다 체계성 있고 충실한 내용의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해 주기를 주문한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직원들은 국제사회가 이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깊이 유념하면서 양질의 보고서를 만들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내년 2월은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COI 보고서) 발표 10주년이 된다. 아무쪼록 한·미·일 3국이 10주년을 공동으로 기념하고 이를 계기로 북한인권 개선 의지를 확고히 다지는 국제행사를 개최하기를 바란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서 기조연설을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행사를 통해 북한인권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서로 만나 격려하고 북한인권 개선 노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소망해 본다. 특별히 COI 보고서의 권고 및 제안 사항을 실천에 옮기는 전략과 방책을 강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무쪼록 이번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 합의를 통해 한반도에서 ‘자유-인권-개방-평화-통일’의 선순환적 연계가 정착되기를 꿈꿔 본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부처와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적극 행동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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