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군 정신교육교재 논란의 진실
[심층분석] 군 정신교육교재 논란의 진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4.01.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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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맹종하는 내부 위협세력 경계가 왜 문제인가

국방부가 지난 12월 26일 내놓은 군 정신전력교육교재 내용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비난이 먹히지 않아 무안해진 찰나 28일 해당 교재가 ‘독도’를 한일 간 영토분쟁 지역으로 서술한 내용이 발견됐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교재를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 대목을 강조하며 교재가 ‘쓰레기’인양 매도하고 있다. 

28일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사과를 하게 된 부분은 교재 가운데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과 영토분쟁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교재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이 부분이 알려지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섰다. 윤 대통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크게 질책하고 즉각 엄중 조치할 것을 지시했고, 국방부는 교재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또한 이날 국방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간 최종 결심은 제가 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며 공식 사과했다.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이승만 대통령 덕분에 대한민국 건국” 내용, 진보진영 ‘맹비난’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기회’로 생각했는지 윤석열 대통령과 국방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SNS에 “명백한 우리 땅인 독도를 두고 일본 극우세력의 전매특허 주장(영토분쟁 영역)을 인정하다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회수해야 할 것은 (교재가 아니라) 정권의 ‘대일굴종외교’”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어 “영토와 역사를 지켜야 할 책무를 저버린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반성하고 즉각적인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정신전력교육 교재 작성 과정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NSC) 소회의실에서 안보실장 주재로 범정부 회의가 열렸다고 지적하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파면하고 이번에 회의했던 안보실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자에 대한 조사와 함께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사실 군 정신교육교재에서 바뀐 주된 내용을 문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의 새로운 군 정신전력교육 교재는 △국가관 △대적관 △군인정신 등 3대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국방부는 이 가운데 ‘대적관’ 분야를 문재인 정부 때 발간한 정신교육 교재와 비교해 대폭 변경했다. 

먼저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기했다. 교재는 “우리 국군에게 있어 대한민국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명백한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국가안보에서 외부의 적 못지않게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게 바로 내부 위협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교재는 “북한의 대남적화 획책에 따라 우리 내부에는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북한 3대 세습 정권과 최악의 인권 유린 실태, 극심한 경제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 내부의 북한 추종세력을 선동하고 지원해왔다”며 “특히 한반도 공산화의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자 남한 내부에 지하당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체제·이념·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우리 내부의 위협세력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식해 흔들림 없는 대적관과 안보관을 확립한다”고 강조했다. 

교재는 이런 ‘종북세력’의 내부 위협 사례로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등 북한이 국내에서 지하당을 구축하려 했던 간첩단을 소개했다. 

이런 내용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발간했던 군 정신교육교재가 북한을 두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교류와 협력 대상임과 동시에 여전히 현실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기술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교재에서 ‘종북세력’을 우리 내부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했던 내용도 없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발간 군 정신교육교재만 해도 종북세력을 “국론 분열과 사회 혼란을 조성하며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내부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군 정신교육교재가 이승만 대통령의 성과를 재조명해 부각한 점도 민주당에는 불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재는 1948년 남한 단독 총선과 대한민국 건국을 주도했다고 설명한 뒤 “이승만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발판으로 오늘날 모든 국민이 진정한 자유와 평화, 번영의 가치를 누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썼다. 

참고로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군 정신교육교재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의 북진통일 주장은 미국의 군사원조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남북 간 군사력 격차를 크게 만들어 전쟁을 야기한 원인이 됐다”며 6·25전쟁 발발의 책임을 지우려 했다. 

이런 교재 내용을 두고 MBC는 “5공 시기 교육인가…장병 교재 설전”이라고 보도했고, 한겨레는 “한강다리 폭파 언급 없이 이승만 칭송…국방부 새 정신교육교재”라고 주장했다. CBS노컷뉴스는 “이념논쟁 자초하는 軍”이라고 했다. 연합뉴스는 “정권 따라 바뀌는 군인정신교육교재…장병·일선부대 혼란”이라고 보도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2월 21일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2월 21일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

통혁당과 중부지역당,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등 포함

더불어민주당은 언론들보다 한술 더 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군 정신전력교재의 바뀐 내용을 두고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고, 총선을 앞두고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시도한 것”이라며 “국방부가 엉터리 교재 발간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해당 교재의 사용 금지 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군 당국은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이런 지적에 제대로 반박을 못했다. 군은 정신교육교재 내용에 대한 비난을 받자 “국내 진보세력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는 세력은 내부의 위협이 맞다는 군 정신교육교재에 일반 시민들은 물론 방첩당국도 동의하고 있다. 

국방부가 교재에서 언급한 통일혁명당 사건(1968년)은 김종태를 중심으로 총 158명이 검거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다. 김종태는 당시 북한 노동당 허봉학 대남사업총국장에게 직접 지령을 받아 남한 내에 대규모 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려 했다. 

그는 북한에서 미화 7만 달러와 우리 돈 2250만 원을 받고 남파됐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30억 원 이상에 달한다. 당시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50원이었다. 이 돈을 남한 사회를 전복하고 북한이 적화 통일하도록 만드는 데 썼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이들을 소탕하면서 압수한 장비를 봐도 ‘내부 위협 세력’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무장 공작선 1척, 침투용 고무보트 1척, 기관단총 12정, 수류탄 7개, 무반동총 1정과 권총 7정 및 실탄 140발, 12.7㎜ 고사총 1정, 중기관총 1정, 라디오수신기 6대, 미화 3만여 달러와 한화 73만여 원 등이었다. 북한과 종북세력은 게다가 1971년 통일혁명당 재건까지 기도했다.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은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에 터졌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때 붙잡은 간첩이 95명에 달했다. 안기부는 “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 등 62명을 구속하고 300여 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좌파 진영은 이 사건이 ‘안기부의 조작’이라고 꾸준히 주장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설치한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6년 8월 “당시 안기부 조사 내용에서 특별한 조작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작이 아니라 진짜 대규모 간첩단이었다는 것이다. 

2013년 8월 통진당 RO 사건부터 올해 초 4대 간첩단 사건 기술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은 김영환, 하영옥, 이석기 등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국내에 구축해 활동하던 지하정당 사건이다. 이 조직의 뿌리는 1989년 주체사상을 추종하던 운동권 세력이 만든 ‘반제청년동맹’이다. 

주사파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반제청년동맹’은 1992년 ‘민족민주혁명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지하정당으로 변신한다. 특히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은 이후 방첩당국에 적발될 때까지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뒤 2번의 밀입북에서 김일성과 직접 만나 공작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이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조직을 일망타진하면서 북한의 지령을 따르는 지하당 조직은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징역 2년 6개월을 살고 풀려난 이석기가 주도한 조직이 10여 년 뒤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8월 국정원 수사로 드러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그를 추종하는 혁명조직(RO) 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민족민주혁명당’을 계승하는 지하당 조직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당시 통진당 이석기 의원실 등 18곳을 압수수색하고,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통진당 수원시위원장 등 3명을 체포했다. 수원지검은 같은 해 10월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김홍열 통진당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을 추가 구속했다. 국정원 등의 수사 결과 연루된 사람은 100여 명이나 됐다. 

이석기 전 의원이 이끄는 RO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 했는지도 그들의 대화 녹취록으로 드러났다. 보스턴 마라톤테러에 쓰인 것과 같은 압력밥솥 사제폭탄을 만들어 테러를 해야 한다거나 경기 평택 등에 있는 LNG 저장고, 국가기간통신망이 있는 KT지사 등을 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의 내란 모의였다. 검찰 공소장 내용을 보면, 이들은 ‘민족민주혁명당’과 달리 자생적 종북세력이었다. 이들이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논의를 했던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4개 간첩단 사건 또한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왜 내부 위협이 되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말 국정원과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자주통일민중전위’라는 창원간첩단, ‘ㅎㄱㅎ’라는 명칭을 사용한 제주간첩단, 수원 중심의 민노총 침투 간첩단, 전북 전주 시민단체 침투 간첩단을 적발하고 관계자들을 구속했다. 

방첩당국의 공소 내용과 자유민주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었다. 4개 간첩단 연루자 모두 동남아에서 북한 고위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고, 전국적인 지하당 조직 구축도 시도했다. 특히 창원간첩단은 지역 하부망과 하부조직이 전국적으로 68개에 달했다. 조직원들은 하부조직원들을 포섭하는 형태로 민노총과 전교조, 택배노조, 진보당 등에 침투했다. 

지하 하부조직을 구축한 곳도 거제·통영·고성·진주·양산·영주·예천·봉화·대전·보령·서산·당진·춘천·원주·강릉·철원·광주·화순·구례·여수 등 거의 시·군 단위로 지하조직을 구축했다. 서울의 경우 송파·동대문·강동·강남·은평 등 구별로 지하조직을 구축했다. 

軍 정신교육기본교재 내용 수정에 대다수 시민들 지지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은 우리 내부의 위협 세력”이라는 군 정신교육기본교재의 서술은 ‘사실’이다. 대다수 시민들도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과 일부 언론의 군 정신교육교재 비난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언론이 군의 정신교육기본교재 내용을 두고 비판하자 시민들은 “군이 정신교육교재를 통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건데 민주당과 언론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은 “혹시 민주당과 언론이 내부 위협세력이라 저러는 거냐”고 비꼬기도 했다. 일부 국방부 출입기자는 칼럼 등을 통해 “이제는 우리 군 장병이 더 이상 감언이설에 속지 않게 됐다”며 오히려 국방부의 정신교육교재 수정을 지지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을 두고도 포털사이트 뉴스에는 비판적인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28일 ‘독도 논란’으로 단번에 역전이 됐다. KBS와 조선일보를 포함해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책하자 국방부는 군 정신교육교재를 전량 회수했다. 향후 새로 배포할 교재에서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과 종북세력,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부분까지 수정돼 있는지 여부는 윤석열 정부 국방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만약 군 정신전력교재에서 단순히 독도 논란이 아닌 북한에 대한 대적관을 문제 삼는다면 올해 1월 1일부터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되고, 역량과 인력, 예산이 부족한 경찰이 이를 전담하게 되는 상황에서 자칫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김정은이 “남한 영토 평정을 준비하라”고 공언한 것처럼 북한의 대남 위협이 엄연한 현시에서 군의 대적관 확립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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