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독립 인권침해 우려부터 없애자
경찰 수사권 독립 인권침해 우려부터 없애자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6.11.0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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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방향과 방법

경찰 수사권 독립의 필요성과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를 국민들이 공감하도록 하고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 행사 우려를 불식시키며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대한민국의 해묵은 과제의 하나이다. 조정 필요성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만, 당장 조정하는 것에는 아직도 확실한 다수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 프랑크푸르트대 법학 박사·한국헌법학회 상임이사·한국공법학회 상임이사

경찰 수사권 독립의 문제를 검찰과 경찰의 관계 문제, 특히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것은 본질을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찰 수사권 독립의 핵심은 검찰과의 관계 이전에 국민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확보하고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의 각종 비리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실추되었다. 그러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경찰 수사권 독립은 여전히 요원한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수사권 자체만을 미시적으로 보는 것보다는 그 근저에 깔려 있는 국민의 신뢰 확보의 방안과 방법을 포함해 관련 문제들을 거시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1945년 해방 당시 수사권의 문제를 결정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제 강점기의 순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었다. 서구 선진국 법제를 참고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이 고려되었지만, 당시 국민들의 정서, 특히 경찰에 대한 불신이 수사권을 경찰에게 부여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독재정권 하에서 경찰이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면서 더욱 심화되었고, 경찰의 수사권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 결여와 결합해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선진 외국은 경찰이 범죄수사의 중심 역할

경찰이 권력의 시녀이기 때문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와 독자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권력의 시녀를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 악순환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깨뜨리기 위한 노력들은 여러 차례 있었고,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 및 이에 근거한 대통령령의 제정을 통해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여전히 유지되었고, 그로 인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 외국의 경찰제도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영국에서는 경찰이 사인소추를 돕는 협력자로서 내사나 체포, 압수, 수색, 신문 등 피의자를 입건하기까지의 모든 수사행위를 행한다. 1985년 ‘범죄의 기소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통해 1986년 검찰이 창설되었고, 검찰은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서류들을 검토해 법규적용이 올바로 되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 수사절차상 법규적용의 문제점을 지적해 경찰에 사건을 돌려보낼 수도 있고, 다른 법규를 적용해 기소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활동은 경찰로부터 받은 자료에 기초하기 때문에 검찰이 경찰에 종속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미국 미넷타 경찰의 수사 모습. 미국은 경찰이 수사를 주도한다.

미국의 경우 범죄수사는 일반적으로 법집행기관으로 총칭되는 여러 기관에 의해 행해지지만, 가장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경찰이다. 경찰은 수사활동에 있어 검찰과 협력하도록 되어 있지만, 독자적인 고문변호사를 고용해 수사활동에 관한 조언을 듣는 것을 선호한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의 송치를 받은 후 경찰의 수사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보충수사를 하기도 하지만, 경찰의 협력을 얻어 행하는 것이 통례이다.

독일의 경우 범죄혐의가 기소하기에 충분한지 입증하기 위한 수사절차에서 검사가 수사를 주재한다. 그러나 독일 형사소송법상 검찰이 수사의 주재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독일에서 경찰과 검찰의 관계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구조를 보인다.

실질적으로 검찰에 의해 수사관으로 지정되는 경찰의 범위가 한정되고 있으며,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한이 인정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형사소송법 제163조 제1항에 따라 경찰의 초동수사권이 명시되고 있으며, 경찰법 등에서도 경찰의 수사업무에 대한 권한이 인정되고 있다.

판결법원과 별도로 예심수사법원을 두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수사판사가 범죄수사를 담당한다. 수사판사가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수집하고, 수집된 증거를 기초로 기소, 불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는 수사판사에 대한 수사의뢰나 판결법원에 대한 기소 행위 전에 기소행위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여러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찰은 행정경찰과 사법경찰로 나뉘며, 사법경찰은 검사의 지휘 하에 불심검문, 피의자에 대한 예비조사, 현행범조사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수사판사의 수사위임에 따라 수사를 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궁극적 목표는 경찰 수사권의 독립이다. 이러한 목표가 무리 없이 관철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그동안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오랜 기간 관행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수사권의 독립이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찰 수사권이 독립될 경우에는 경찰의 권한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고, 이러한 권한이 -검찰의 수사지휘에 의한- 통제 없이 행사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경찰수사권의 독립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수행되어야 할 것은 한편으로 경찰수사권의 독립이 왜 필요한지,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 행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찰 수사는 시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의 인권까지 침해될 우려가 적지 않으며, 설령 범죄자라 하더라도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수사의 결과 내지 실적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인권침해가 문제될 소지가 적지 않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의 핵심은 이러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에 있다. 검찰의 수사라 해서 인권침해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의 수사권이 통제 없이 행사될 경우에는 보다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찰의 수사권이 독립된 이후에도 인권보장은 현재에 못지않게, 아니 현재 이상으로 철저할 것이라는 신뢰를 주지 않으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며, 설령 실현되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는 수사권에 대한 합리적 통제와 맞물려서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경찰의 수사권이 독립된다는 것은 더 이상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것, 즉 경찰이 수사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기초로 공소를 제기하고 형사소송을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선진 외국에서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와 공소라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는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장 합리적인 분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의 전문성을 살리고, 검찰은 공소와 제기한 법률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업이 양자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와 공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도 법률전문성이 상당히 요구된다. 합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은 수사의 경우에는 설령 이를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재판에서 수사과정의 위법성으로 인해 애써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인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과 공소를 담당하는 검찰의 유기적 협조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양자 사이의 갈등도 저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에서는 유죄의 확신을 갖고 있는데 공소를 담당하는 검찰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해서 기소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소권은 검찰에 있는 만큼, 기소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의 판단이 항시 존중되어야 할까? 아니면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서 별도의 기소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할까?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은 입법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지만, 경찰과 검찰의 갈등 속에서 국민들이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는지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신뢰는 개개의 사건들을 통해 쌓이지만, 개개의 사건마다 달라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평소에 어느 정도를 신뢰를 쌓고 있느냐가 유사시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영감’으로 불린 예전의 검사는 자존심을 걸고 국민을 지켰다. 그러나 국민의 존경을 받던 검사의 시대는 저물어 간다. 사진은 95년 드라마 <모래시계> 강우석 검사.

경찰 수사권 독립되더라도 다양한 통제장치 마련돼야

현행법상으로도 수사의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잘 확보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문화 내지 공직문화의 어두운 면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를 보다 강화하지 못한 법제의 보완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먼저 헌법적 측면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규정을 두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예컨대 국군에 대해서 제5조 제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경찰에 대해서도 헌법상의 규정을 두는 것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형사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개정의 방향은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경찰의 수사권은 독립시키되 경찰권에 대한 통제는 여전히 검찰이 전담하도록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영미의 경우처럼 수사에 대해서는 경찰이, 공소에 대해서는 검찰이 각기 역할을 분담하되 경찰권에 대한 통제는 검찰이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 이외의 다양한 통제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밖에 경찰법, 검찰청법, 경찰공무원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도 손질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경찰법의 체계화를 위해 경찰기본법을 두고, 각 영역별로 법제를 정비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인권보장을 궁극적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경찰작용 역시 인권보장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인권을 제약하는 경찰작용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물론 특정인(예컨대 범죄자)의 인권을 제약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보다 많이 보호할 수 있다면, 그러한 인권의 제약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제약의 경우에도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을 갖추어야만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했고, 앞으로도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인권침해 문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킴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경찰 수사권 독립이 성취되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일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권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된다.

경찰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는 다른 국가기관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그것은 국민들이 경찰을 경원하기 때문이다. 비록 경찰이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국민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국가권력이다.

또한 국민들이 경찰을 연상할 때에는 ‘민중의 지팡이’로서 의지한다는 생각보다는 무언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혹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잘못 엮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을 갖게 만들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국민의 경찰권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사의 궁극적 목적은 범인의 검거가 아니라 인권의 보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수사과정에의 인권침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권침해조차도 정당화사유가 있는지를 항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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