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KBS 이사들 ‘청부 감사’ 안 된다
감사원 KBS 이사들 ‘청부 감사’ 안 된다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7.11.11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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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칼잡이 아닌 방송독립 수호신이 되어야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문재인 정권이 소위 언론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의도치 않지만 대한민국에 공헌한 것이 있다. 자타칭 언론자유 투사들의 민낯을 까발린 것이다. 입만 열면 언론자유와 독립을 외치던 KBS MBC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원들이 실은 누구보다 정치 지향적이며 심각할 정도로 권력과 유착돼 있는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목적에 도움이 된다면 국가기관이 얼마든지 언론사에 개입하고 언론인을 억압해도 된다는 편리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것도 드러났다. 언론노조원들이 정말로 언론자유의 투사들이라면 권력이 고용노동부를 동원해 MBC 사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일 때 환호를 할 게 아니라 “그래도 이건 아니다”고 분노했어야 옳았다. 국정원 사주로 전직 사장이 방송장악을 공모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감사원이 KBS 이사들을 표적 감사하는 행태도 환영해서는 안 된다.

언론노조를 위한 칼잡이

하기는 이런 지적은 하등 쓸모가 없다. 언론노조원 자신들이 판을 벌여 자연스럽게 고용노동부를 끌어들이고 감사원 개입을 유도한 언론타락의 주역들인데 뭘 더 바라겠나. 경찰, 검찰,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돼 민주당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담긴 문건대로 착착 진행되는 이런 거대한 음모에 언론노조는 홍위병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정권을 견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아닌가. 자발적 의도적 홍위병이 된 언론노조야 그렇다 치자. 필자가 이번 글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감사원의 못난 행태다. 방문진 이사들을 쳐내기 위해 고용노동부란 정부 기관이 어떻게 동원됐는지 많은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봤고 아직도 혀를 차고 있다. 감사원은 한 술 더 뜨는 것 같다. 아예 검찰 흉내를 내고 있지 않나. 필자가 확인하기로 감사원은 얼마 전 KBS 이사들을 불러다 법인카드 내역을 조사했다. 구색을 맞추려 끼워 넣은 여당 쪽 이사는 한 두시간만에 끝내고 야당 쪽 이사들은 적게는 4시간 많게는 8시간에 걸쳐 조사를 했단다.

KBS 이사들이 법인카드를 유용했는지 여부를 밝히겠다는 것인데, 강규형 이사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언론노조가 불법적으로 폭로한 것을 감사원 감사 구실로 삼은 것이 분명하다. 방문진 이사를 잡으려 고용노동부가 칼잡이로 나선 것과 똑같은 꼴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이지만 엄연히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감사원장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감사원이 본연의 지위와 역할을 잊고 고작 언론노조 하청 칼잡이 역할이나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BS언론노조 성재호 본부장이 4일 “KBS 이사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징계 절차는 소관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받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감사원의 진짜 불명예와 치욕은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한 결과 KBS 이사들 법인카드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그걸 가지고 방통위가 받아 대통령에 해임건의를 하겠다는 잘 짜인 계획을 KBS 언론노조 본부장이 미리부터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KBS언론노조는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 해임 청원서를 이미 9월 초 방통위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 별도로 이 정권 전가의 보도가 된 국정원 발 고대영 사장의 보도국장 시절 수수 의혹까지 추가해 이중삼중으로 얽어놓았다. 방송장악을 위한 환상의 조합, 완벽한 메커니즘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헌법 기관인 감사원이 이런 뻔한 정권의 시나리오를 수행하는 도구를 자처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비극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러나 KBS 이사들을 조사했다는 감사원의 검찰 뺨치는 모습을 보니 비극의 전주곡은 이미 시작됐다는 불길한 느낌을 도무지 감출 수가 없다.

감사원은 정권의 충견 소리 듣는 검찰을 우리 국민이 매섭게 보고 있다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권마다 오락가락하는 잣대로 ‘정치 감사’란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있다는 점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특히나 이번엔 다른 문제도 아니고 언론장악, 방송장악의 문제 아닌가. 민주주의의 척도인 언론자유를 말살하는 도구가 됐다는 비판이야말로 감사원의 가장 큰 불명예와 치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KBS 이사들 감사 기간을 연장했다고 하니 국민의 눈이 무섭지 않은 것 같다. 방문진과 MBC가 정권과 결탁한 언론노조 홍위병들에 의해 무너진 것처럼 KBS 이사회마저 같은 형태로 무너진다면 이 나라엔 희망이 없다. 감사원의 할 일은 지저분한 청부 감사가 아니라 이 나라 언론독립을 위해 중심을 잡는 것이다. 정권과 언론노조를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힌 고용노동부와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만이 지켜질 수 있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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