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작가 치바이스(齊白石)의 서울 전시
100억대 작가 치바이스(齊白石)의 서울 전시
  •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7.09.2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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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25주년 특별전
 

미술 전시장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상업화랑을 대표하는 갤러리현대의 유근택전, 노화랑의 오치균전, 가나아트갤러리의 임옥상전, 학고재의 이진용전, 리안갤러리의 이건용전, 그리고 국제갤러리의 폴맥카시전과 아라리오갤러리의 쑨쉰전이 이어지는 두어 달 동안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2층에서는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특별전으로 중국 근현대 서화의 대가 치바이스(齊白石, Qi Baishi: 1864-1957))전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서예박물관 3층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이 만난 붓다, 일명 간다라 미술전이 열리고 있어 간다라 미술의 진수인 부처의 고행상, 그리스 로마식 의상을 걸친 불상과 발바닥에 만(卍) 자가 새겨진 불상 등을 감상하려고 오랜만에 서예박물관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상업화랑 vs 서울서예박물관

치바이스 전시는 한·중 수교 25주년이라는 특별한 해를 맞아 예술의전당, 중국 호남성(湖南省) 문화청, 주한 중국대사관, 주한 중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하여 중국 호남성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55점, 국내에 있는 3점, 중국 호남성 상담시(湘潭市) 치바이스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유품 등 그림과 서예, 전각 작품 58점과 유물 83점 등 모두 141점을 전시하며 7월 31일에 시작하여 10월 8일까지 70일간 열리는 대장정 전시이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새우, 병아리와 풀벌레, 물소, 포도와 청설모, 수양버들 등의 그림은 친근하고 일상적인 주제들이면서도 표현 하나하나가 강렬하고 또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가 “나는 보지 않은 것을 그리지 않는다. 나는 본 것도 그대로 그리지 않는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림과 글씨에서 ‘획’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치바이스는 동양의 문화예술을 총칭하는 시서화각(詩書畵刻)을 두루 섭렵한 중국의 문인화가다. 전시장을 찾은 문학인들은 그가 흘려 쓴 시의 구절구절에 감탄하고, 서예가들은 그의 독특한 굵고 사각형으로 각진 서체와 목수 시절 기른 힘으로 소나무 둥치를 도끼로 패는 듯한 힘이 느껴진다고 칭송한다.

병행 전시로 국내 화가 몇몇의 전시가 함께 열리고 있는데, 그들 중 한 명은 치바이스의 호방함에 매료되어 그를 사모하였다고 말하고, 조그만 돌에 우주를 새긴다는 전각가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의 서체로 각을 하는 작가에게 감탄한다.

치바이스: 목장(木匠)에서 거장(巨匠)으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중국 근현대 서화의 대표작가로 치바이스와 우창스(吳昌碩, 1844~1927)를 꼽으며, 남성적이고 힘찬 치바이스와 우아하고 세련된 우창스를 비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세인의 관심은 시장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치바이스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11년 베이징의 경매회사 쟈더(嘉德)의 봄경매에서 독수리 한마리가 소나무 위에 앉아 있고 좌우에는 그의 독특한 전서체로 ‘인생장수 천하태평’이란 글씨가 쓰여 있는 작품 ‘송백고립도(松柏孤立圖)·전서사언련(篆書四言聯)’이 4억 2600만 위안(714억 원)에 낙찰되어 중국 고대와 근현대 서화 최고가를 수립했다. 치바이스 작품은 중국의 10대 경매회사에서 매년 700점 이상 거래되고 있다.

치바이스는 목장(木匠), 조장(彫匠), 화공(畵工)을 하며 생업을 위해 시와 글씨를 익히면서도 초기의 전통 계승에 머무르지 않고 독학, 개인교습을 통해 현실을 정확히 담는 노력과 반복을 통한 마음의 표출과 구상의 재현을 실현한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인 삶을 살았던 자유로운 작가가 보여주는 평범함의 비범함에 많은 사람이 매료된다. 이력, 학력에 출신학교를 기록하고 눈치 보는 데 바쁜 작가가 많은 우리의 현실에서 담대하고 거리낌 없이 자신의 언어를 획이 읽히는 붓놀림으로 표현한 자유로운 작가의 매력이 작품 한점 한점에 담겨 있다.

풍부한 전통회화와 서양화 작가들로 무장한 중국 미술시장은 전통회화의 치바이스(齊白石: 1864-1957), 황빈홍(黃賓虹: 1865-1955), 장다치앤(張大千: 1899-1983), 후바오스(傅抱石:1904-1965), 리커런(李可染: 1907-1989), 전통회화와 서양화를 병행한 우관중(吴冠中: 1919-2010), 쉬베이홍(徐悲鴻: 1895-1953), 그리고 서양화의 자오우키(趙無極: 1921-2013), 주데춘(朱德群, 1920-2014) 등 다양한 작가들이 미술시장에서 가치를 발하고 있다.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의 치바이스

이들 중 특히 장다치앤, 치바이스, 후바오스 3인방은 서로 최고가를 경신하며 서양화 일색인 서구 미술시장에 동북아시아와 중국의 전통회화가 축적해온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 전시중인 작품들

중국의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중국 서화와 도자기 등이 각각 연간 약 23만~25만 점씩 출품되어 그 중 서화가 10만 점 이상, 도자기가 9만 점 이상 거래된다. 그와 대조적으로 서양화와 조각은 1만4,5천 점이 출품되어 8,9천 점이 낙찰되는 데 불과해 한국 미술시장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16년 경매시장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한 치바이스의 낙찰총액은 2억 3008만 달러, 원화로 2597억 원에 달해 2016년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 전체의 낙찰총액인 1748억 원보다도 많았다. 1위를 차지한 장다치앤의 낙찰총액은 3억 5481만 달러, 한화로 3973억 원이었다.

미래에는 상황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중국의 전통회화 작가들은 자국에서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예술가로 추앙받으며 서구 미술시장이 100년 넘게 키워온 피카소를 누르고 세계 미술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 전시중인 작품

중국 미술시장의 한 축을 세운 치바이스

동서양의 미학은 분명 차이가 있다. 동양, 아시아, 동북아시아는 동양화라는 동양 회화와 서예의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도 일본도 국화(國畵), 일본화라고 부르며 전통회화의 가치를 보호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서양화가 주류를 이루고, 한국화는 일부 전통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몇몇 작가들이 힘겹게 지켜가고 있는 예술 분야로 약해져 있다.

중국, 중국 미술시장도 10년 단위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 미술시장은 2006-2010년간 홍콩, 싱가포르를 통해 유화, 양화, 서화(書畵)를 대대적으로 쏟아냈다. 정판즈, 장샤오강, 위에민쥔, 팡리쥔을 통해 서양화 4인방을 자리매김시켰다.

그러나 장다치앤과 치바이스를 보며 향후 중국 미술시장이 숫자와 거래액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서화(書畵)의 우위가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주택과 가옥 구조의 변화와 서구문화의 유입과 해외여행 등으로 우관중, 자오우키, 주데춘, 그리고 현대 서양화 4인방과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추상화가들이 약진하는 서양화가 우위를 차지하는 단계로 이행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중요한 사실은 결과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 전통회화의 맥을 잇는 주요 작가의 중심에 치바이스가 있다는 점이다.

그의 탄탄한 기본기와 시서화각을 관통하는 실력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중국 전통회화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경색된 시점에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치바이스전은 매우 값진 전시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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