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출당’ 보수 재건의 시작인가, 해체의 출발인가
‘박근혜 출당’ 보수 재건의 시작인가, 해체의 출발인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9.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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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박근혜 출당 논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 권유’ 결정

박근혜 전 대통령 당적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3차 혁신안을 9월 13일 발표했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게도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자진 탈당 권유이지만 사실상 출당조치와 같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요구를 수용해 당사자들에 ‘탈당 권유’를 의결했는데도 10일 이내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당이 곧바로 제명처분을 할 수 있도록 돼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어서다.

▲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왼쪽 두번째)이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안 발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4월 총선 공천실패로부터 2017년 5월 대선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며 “만약 ‘자진 탈당’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에 따른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아야 할 최소한의 예우는 물론, 자연인으로서 인권 침해 없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혁신위의 ‘탈당 권유’는 박 전 대통령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실패에 책임이 가장 무거운 서청원 의원 및 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만약 ‘자진 탈당’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른바 ‘진박감별사’ 등을 자처하며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전횡을 부린 나머지 의원들도 책임을 통감하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혁신위는 이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추가적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바른정당 측 일각에서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이른바 ‘친박 8적’ 청산은 아니지만 서청원, 최경환 핵심 인사에 대한 탈당 권유와 함께 ‘추가적 조치’ 여운을 남겨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추가 징계의 문을 열어 놓은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혁신위의 탈당 권유 조치가 당장 내려질 것 같지는 않다. 홍준표 대표는 혁신위의 혁신안 발표 직후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 전후에 논의에 부치겠다고 했다.

홍 대표는 “혁신위는 종국적인 집행기관이 아니”라며 “권고안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당의 의견을 모아 집행 여부를 10월 17일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을 전후해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의원들에게서 그렇게 요청이 왔다”며 “특히 친박 의원들 주장이 있어서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 이야기대로라면 혁신위가 박 전 대통령 탈당 권유 혁신안을 발표한 13일 이후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까지는 약 한 달 남짓 기간이 남았다. 당내 친박계의 반발을 의식해 냉각기를 갖자는 등의 의도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당내 혼란과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당장 친박계가 반발하고 있다. 혁신위 발표가 나온 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가 이런 발표를 한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권고를 한 것이지만 이런 일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 하는데 발표가 너무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결정이라면 박 전 대통령 탈당 권유에 찬성 의견이 더 많겠지만 우리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우리 당 지지층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최경환 의원 측도 뉴시스와 통화에서 “부당한 처사”라며 불복할 뜻을 피력했다.

폭탄이 된 혁신위의 박근혜 출당 결정

한국당 혁신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을 서둘러 권유하기로 한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박근혜 적폐 청산 프레임’에 휘말린다면 내년 지방선거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해 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박근혜 적폐 청산’ 프레임으로 나올 경우, 자유한국당은 경북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패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출당에 찬성하는 의견이 그의 정치적 고향인 TK지역에서도 50%를 넘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70~80%가 넘는 찬성 의견이 나온다. 이른바 ‘태극기 민심’과 일반 국민 사이 민심의 온도차가 크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하면 여당은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영입공작을 펼칠 것이고, 당은 사분오열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동강 교두보’라도 만들면 2020년 총선에서 보수세력의 반격이 가능하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보수세력은 반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궤멸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이라는 혁신위의 결단은 보수 재건에 도움이 될까?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 이득이 될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살아 있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조기 출당은 한국당에 대한 비토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이 “첫 번째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고 두 번째, 윤리위의 다른 규정이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 매우 부당하고 세 번째 도의적으로 비겁한 행동이기 때문”이라며 반대했다.

김 전 위원은 특히 “배신정당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자락을 깔아주기 위해 박 대통령을 내쫓는다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며 “지방선거 뿐 아니라 당도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그나마 정서적 이성적으로 한국당을 지지하는 상당수 보수세력도 떨어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명진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표에게 묻겠다”며 “▲ 박 전 대통령이 유죄입니까? ▲ 그럼 홍 대표님은요? ▲ 10월말 1심 결정이 나기도 전에 서두르는 이유는 뭡니까? ▲ 혁신위가 무슨 권한으로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결정합니까? ▲ 박 전 대통령 출당하면 지지율 오릅니까? ▲ 박 전 대통령 출당하면 바른정당 도로 온답니까? ▲ 박 전 대통령과 친박좌장들을 한데 묶는 이유는 뭡니까? 왜 그 사람들한테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묻어가도록 명분을 주는 겁니까? ▲ 홍 대표님 주변에 득실대는 과거 친박들은 왜 그냥 놔둡니까? 홍 대표님한테 충성하면 과거의 죄가 씻겨집니까?”라고 홍 대표와 혁신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차 전 의원은 특히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원심(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홍 대표가 항소심(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대목은 1심 판결 전후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에 대한 친박계 반발의 논리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어 당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혁신위 결정에 다른 분위기도 있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야 한다는 계산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보수 재건을 위해 박근혜 유산에 대한 청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혁신위 결정이 단지 내년 지방선거만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은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이라며 “박 전 대통령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선거가 없어도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불가피한 선택 그럼에도 어두운 전망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는 혁신위의 출당 권유 결정에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왕 시작한 것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설사 박근혜 거취를 결정한다해도 국민들이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면 친박세력이 다수인 자유한국당의 꼼수라고 생각하고 외면할 것”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박근혜는 정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을 질 사유가 완성됐다. 이미 법적 심판을 받은 자유한국당 해당(害黨)행위자”라며 “법적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반 민형사상 재판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해당하는 것이지 박근혜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

헌법은 박근혜를 8:0으로 헌정수호능력의지 상실로 대통령직을 파면했다. 박근혜가 임명한 헌재재판관도 탄핵에 찬성했다. 건국 이래 현직 대통령이 법에 의해 파면된 최초의 대상자다. 더 이상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당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혁신위 결정은 불가피했다는 의견이 좀 더 광범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난 해 탄핵 정국에 휩쓸려 본인이 저지른 일보다 더 과도하게 징계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고육지책으로 살고자하는 몸부림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황 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 출당에 관해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다수는 박 전 대통령을 잊고 싶어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일단 박근혜를 정리하자, 그래야 보수가 살고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보수 전체를 볼 때 강경한 사람들은 홍준표 체제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탄핵을 당한 것도 사실이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이 보수진영으로 하여금 수치스러운 지경에 빠지도록 동기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고, (박 전 대통령) 스스로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다수라고 본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공희준 시사평론가(국민의당 국민정치아카데미 ‘폴리세움’자문위원)는 박근혜 출당 조치는 한국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이른바 진보논객으로 유명한 그의 정치적 스탠스를 감안하더라도 보수 재건과 한국당의 정치적 재기라는 측면에서 참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공 평론가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 정도 도려내는 것으로 되겠나. 암세포의 3할 밖에 들어내지 않았다고 본다”며 “왜냐하면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암세포 전체를 들어내야 하는데, 일부 밖에 들어내지 않아 한국당이 앓고 있는 병이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출당과 함께 친박세력의 상징적 인물 몇 명만 정리하는 것일 뿐 일종의 ‘친박세력의 정치적 유산’이라는 몸통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상 한국당이 ‘박근혜 적폐 청산 프레임’을 벗지 못한다는 취지다.

공 평론가는 그러나 혁신위의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선거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흔히 말하는 보수가 다시 살기 위해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자유한국당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아니라 수도권을 바라봐야 하는데 혁신위의 그 정도 조치를 가지고 환골탈태하겠다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 평론가는 특히 ‘박근혜 지우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이 자기희생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출당 조치가 보수 재건의 궁극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바른정당 등 보수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면, 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조민호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단순히 득실을 계산한다면 출당이 득이 크다.

그래서 당이 출당시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리고 친박 핵심세력 출당도 최소화해서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안하면 더 크게 잃으니 그것이라도 낫다고 당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출당 조치는 보수 재건의 궁극적 해법은 아니다

조 전 위원은 그러나 전략목표를 내년 지방선거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당 안팎의 반발에도 출혈을 감수하고 이 같은 조치를 했음에도 패배한다면 당 미래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패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조 전 위원은 “한국당 입장에선 영남에서 굳히고 다른 데는 (선거를) 할 수가 없다. 설혹 보수통합을 하더라도 서울, 인천, 경기 그곳은 어렵다”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반이고 정권의 동력이 살아 있다. 결정적인 실수가 있다면 모르되 대세로 흐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리고 보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마땅한 주자가 없다. 기반이 굉장히 취약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둔다면 한국당의 성공 확률은 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매우 낮다”며 “그렇게까지 해서 통합했는데 졌다면 완전한 몰락으로 간다. 당내 자중지란이 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 부담이 적다”며 “홍 대표가 하고 있지만 어쨌든 보수는 한번 정리를 해야 한다. 부채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은 기대대로 보수 재건의 시작이 될까, 아니면 보수 해체의 출발이 될까? 조민호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의 발언에서 힌트가 보인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지금 승산이 없다.

그만큼 보수가 다 깨졌다. 또 깨져야 한다. 그래야 새 살이 돋는다. 그럼 진보는 어떤가? 진보도 깨져야 한다. 거기도 새살이 돋아야 한다. 지금의 진보세력은 비이성적이다. 보수는 썩었고 진보는 사악하다. 둘 다 문제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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