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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되고 있는 고래, 삼성전자

기사승인 2017.09.08  13: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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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 기업이 부패 집단으로 추락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25일 “삼성 뇌물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규정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특검이 기소한 뇌물공여, 횡령, 국외재산도피 등 5가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법원이 밝힌 뇌물공여죄의 요지는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前) 대통령에게 삼성 회장직 승계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순실의 딸 정유라 승마훈련을 위해 수십억 원의 돈을 최순실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직 승계의 협조를 박 대통령에게 청탁한 것”이 뇌물죄의 성립근거라고 기소했고, 삼성 측은 그런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다투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원이 특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암묵적 청탁과 수동적 뇌물이 유죄라는 판결

이 같은 다툼에서 법원이 제일 먼저 할 일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회장직 승계를 부탁하였다”는 합리적이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증거를 검찰이 제출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특검의 직접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법리적으로 무죄다. 청탁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불충분하다면 원칙적으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법원은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법리를 폈다. 검찰이 낸 직접증거는 없지만 정황증거를 볼 때 박 전 대통령이 회장직 승계 문제를 ‘개괄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암묵적 청탁’을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범죄요건을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 이슈를 알았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라면, 박 전 대통령이 몰랐다면 이 부회장은 무죄가 된다. 이러한 논리를 따른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 이슈를 알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의 3세 승계 이슈는 사회적·경제적 관심사로 누구나 아는 이슈이다. 박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을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승계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다.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비공무원이 공무원에게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업무에 관련한 청탁’을 해야 하며, 그 청탁 내용이 부정(不正)한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공무원은 박 전 대통령이고 비공무원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범죄가 성립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간에 얼마만큼의 금액을 어떻게 수수한다는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합의나 공모가 있어야 하고 그런 합의나 공모가 위법하다는 점을 상호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공모에 따라 공무원에게 직무 관련한 이득의 제공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이 이득을 직접 받지 않았다면 그 이득을 ‘제 3자’에게 주어야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직접 또는 최순실을 통해 돈을 받은 증거가 없다. 그리고 삼성으로 하여금 최순실에게 돈을 주라고 요구한 증거도 없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이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을 박 전 대통령이 사전에 알았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돈 거래는 삼성과 최순실 간에 이뤄진 것이다. 최순실은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게 대통령이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알지 못하는 시기에, 알지 못하는 금액의 돈을 준 것은 대통령의 직무 관련 범죄인 뇌물공여죄가 될 수 없다.

‘묵시적 부정청탁,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용어가 판결에 등장한 것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승마지원에 대해 직접적인 증언이나 사실인정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다. ‘수동적 뇌물 공여’도 모호하다. 법리적으로 뇌물죄와 강요죄는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 뇌물은 자발적으로 갖다 바치는 것이며 강요는 위력으로 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뇌물을 자발적으로 갖다 주겠다는 데 강요할 이유가 없고, 또 강요는 빼앗기는 것인데 자발적으로 갖다 줄 이유가 없다. 결국 ‘묵시적으로 청탁했고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은 이 부회장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없었으며, 박 전 대통령의 이 부회장에 대한 명시적 뇌물 요구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사사건은 명명백백한 증거에 의해 기소되고 처벌되어야 한다. 암묵적 청탁과 그에 따른 수동적 뇌물공여는 2심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삼성은 회장직 승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삼성 회장직 승계는 어디까지나 삼성그룹의 업무이고 주주의 ‘사적자치’ 영역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 주식의 과반수를 외국인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회장직 승계를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승계 문제는 정부나 대통령의 업무 권한이 아니고, 대통령일지라도 외국인 지분율이 과반을 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청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영권 승계가 현안임에는 틀림없지만 실적 등을 통해 승계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 전광석화처럼 승계를 완성하는 것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승계를 청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 변호인단의 논리는 아주 상식적이다.

정황 증거를 보자.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가 이뤄졌다. 1차 독대는 2014년 9월 15일에 이뤄졌다. 독대 이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통령의 힘을 빌렸다면 두 기업의 합병이 성사되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대통령의 힘을 이용해 삼성그룹이 이익을 도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차 독대는 2015년 7월 25일에 이뤄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2차 독대 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정경유착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주장의 허구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이 공시됐고 그해 7월 17일 합병이 완료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다목적’이었다. 동(同) 합병은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줄여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합병 후 신설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다목적 카드로 이미 시장에서 예견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 가시화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통령과의 독대 이전에 이뤄진 사실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승계 청탁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기업의 인수 합병은 주주간의 ‘사적자치’다. 법률에 근거해 산정된 합병비율에 따라 합병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백기사로 나선 것도 이례적이라 볼 수 없다. 그리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인정하고 있다. 구(舊)주주의 퇴로를 보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승마지원 과정에서 마필지원 수량의 축소, 용역대금 감액 등 지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만약 마필지원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의 통로였다면 마필지원 사업을 축소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순실의 삼성에 대한 마필지원 요구는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한 최순실의 사적이익 추구였던 것이다. 좀 더 좁혀 말하면, 이 부회장은 최순실에 의해 휘둘렸으며,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에 의해 이용당한 것이다. 이용당하고 휘둘린 것은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같이 사실이 기소와 유죄 선고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헌법상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내 1위 대기업인 삼성그룹 경영진 간 정경유착”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경유착’은 언론의 용어로 법률 용어가 아니다. 대한민국 법전 어느 곳에도 ‘정경유착’이라는 범죄구성 요건은 없다. 정경유착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당한 거래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은 관치경제시대도 아니며 개발연대도 아니다. 과거처럼 정부가 인·허가권을 휘두르거나 외환을 배정하거나 자금을 동원해 기업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라면 ‘자체 신용’으로 국내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필요 재원을 얼마든지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신생기업(start up)이 아니며 정치권의 보호막 속에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아니다. 무엇이 아쉬워 돈 싸들고 정치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겠는가. 정경유착은 시대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인습적 사고인 것이다.

이 부회장 5년 선고로 연매출 300조 원, 임직원 30만 명이 넘는 삼성그룹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자칫하면 경영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대응 능력 약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영진 내부의 경쟁이 느슨해지고 의사소통도 줄어들면서 내부 통제 기능이 약해질 우려도 있다.

2심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남아 있지만 삼성그룹은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정치권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낙인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설령 2심 또는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다손 치더라도 삼성그룹이 받은 이미지 타격과 경제적 손실은 회복 불가능하다. 부패기업의 낙인은 기존 거래 관계는 물론 미래 거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애플, 구글, 소니, 화웨이와 같은 글로벌 경쟁사들은 삼성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교묘하게 활용할 것이 예상된다.

세계 최고 기업이 부패 혐의로 좌절

이번 선고로 삼성이 범죄기업, 부패집단으로 인식돼 그간 쌓은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 한국이 1962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제값 받고 선진국 시장에 물건을 팔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부터다.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데 30여 년이 걸렸다. 그 만큼 브랜드 가치를 쌓는 것은 힘들다. 지난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브랜드 가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382억 달러(약 43조552억 원)로 세계 10위이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 추락이 현실화되면 경쟁기업들은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된다.

손실은 브랜드 가치 하락에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Foreign Corruption Practice Act)이 적용되는 한국기업 첫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동법은 외국기업이 미국 이외의 국가 공무원에게 건넨 뇌물이나 회계부정을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FCPA의 적용 대상은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이다.

삼성전자 계열사가 미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적용 대상이다. 뇌물로 얻은 이익이 삼성의 미국 사업에 도움을 줬다고 삼성을 걸 수도 있다. 독일 지멘스가 8억 달러, 프랑스 알스톰이 7억 7000만 달러 과징금을 낸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 수도 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주요국 정부 공공기관과 국제기구 등 주요 조달시장 참여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 내 기업과의 인수합병(M&A)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로부터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당할 수도 있다. 일부 주주가 삼성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삼성이 상대적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취약했음에도 경영권 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는 오너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우수한 실적을 잘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해외 펀드들이 경영에 관여할 명분이나 실익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오너(owner) 장기 부재 상황이 지속되면 해외 투기 세력의 공세가 표면화할 수 있다. 단기 차익을 좇는 투기자본 등이 삼성의 리더십 부재 상황과 불안정을 틈타 공격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본시장에서 국내외 주주의 동요와 이탈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네덜란드 APG와 같은 연기금은 내부 윤리 기준에 따라 불법 행위에 가담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삼성이 이런 기준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은 한국의 1심 판결이 확정 판결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납득시켜야 하지만 쉬운 작업이 아니다. <표1>은 이재용 부회장 유죄판결의 예상되는 후폭풍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와 삼성의 미래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삼성의 위상과 성과의 이면에는 고비마다 결단력 있게 투자를 단행한 오너십(ownership)이 있었다. 미래의 삼성은 오늘 내린 의사결정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탐색하고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확충해야 한다. 오너의 부재는 의사결정의 지체를 수반하고 미래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왔다. 이 부회장은 내부 역량만 키우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은 외부에서 수혈하는 방식을 취했다.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전장 사업 등의 분야에서 M&A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삼성전자 사업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업 인수를 통해 삼성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표2>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한 주요 M&A를 정리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M&A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2015년 2월 인수한 미국 모바일결제 전문기업 ‘루프페이’가 대표적이다. 루프페이는 스마트폰을 카드 리더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관련 핵심특허를 가진 미국의 벤처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는 루프페이 인수 덕분에 6개월 만에 삼성페이를 내놓을 수 있었고 더 쉽고 빠르게 모바일결제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도 눈 여겨봐야 할 인수기업이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 개발자들이 독립해 만든 기업으로, 음성인식 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브의 기술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가전제품과도 접목할 수 있다. 삼성의 AI 분야에서의 경쟁우위 확보는 향후 세트 및 부품 사업의 시너지로 직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최순실 사건에 휘말리면서 삼성전자는 한 건의 M&A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M&A는 새로운 기술 확보의 통로다. 의사결정의 지체가 누적될수록 삼성의 미래 경쟁력은 그만큼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전문경영체제와 오너십은 다르다

<표3>은 삼성그룹의 국민경제적 비중을 요약한 것이다. 경제적 비중에서 삼성그룹은 2위인 현대차그룹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납부한 법인세만도 3조원이 넘는다. 2조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여기에 고용 인력이 내는 소득세, 공장 등 실물자산에 기초한 재산세를 합하면 재정기여도는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는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일으킨다. 삼성의 매출이 국가 경쟁 기업을 구축하지 않는다.

<표3>에 대한 사회적 정서의 일단은,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이다. 삼성그룹의 경제적 비중을 빌미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아니다. 한국의 제1의 재벌이기 때문에, 그 이유만으로 법의 잣대가 더 엄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삼성이 무엇이 아쉬워 정치권에 뇌물을 공여했겠냐는 원초적 질문에 법원은 답을 해야 한다.

오너의 부재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과 갤 7의 성공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넘는 초호황을 누렸다. 오너의 기여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전문경영체제로 전환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깊이 천착해야 한다. 삼성의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이익을 낸 것이 아니라, 수년 전 투자와 기술개발을 감행한 오너의 ‘결단’이 있었기에 지금의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오너의 ‘고독한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삼성전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부회장 출소 전까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꾸려 오너 부재를 메워야 한다. 하지만 이는 임시 조치이다.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미래를 책임질 과감한 투자를 전문경영인이 하기는 어렵다. 몸을 사려 보신(保身)경영을 하면 전문경영인 체제는 ‘대리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도 삼성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S&P는 ‘장기간 리더십 부재가 이어지면 삼성전자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수·합병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도 지연될 수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산업 특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설파했다. 경쟁력을 유지해, 살아남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근로자를 고용하고 주주에게 배당 주고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 이상의 책임은 없다. 그러면 국가의 책임은 무엇인가. 기업이 계속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법률적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게 정경유착의 손짓을 정치권이 먼저 던진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부패기업이란 낙인으로 ‘고래’를 고사시킬 것인가.

‘암묵적 청탁, 수동적 뇌물공여’는 정치논리가 개입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이재용 부화장 재판은 국내 재판이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그리고 세기적인 재판이 돼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엄중한 것은 기록이다. 고래를 다시 넓은 바다로 내보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신시내티대 경제학 박사 /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webmaster@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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