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포로 끝난 괌 공격설, 美·北은 어떤 계산하나?
엄포로 끝난 괌 공격설, 美·北은 어떤 계산하나?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7.08.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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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성-12형’ 4발을 괌 인근 30~40km 해역에 떨어뜨릴 것 공언

지난 9일 북한은 “미제의 침략기지 괌 주변 해역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으로 포위 공격을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너희는 지금까지 세상 사람들이 본 적이 없는 ‘분노와 화염’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튿날인 10일, 북한은 훨씬 구체적인 내용의 협박을 내놨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은 이날 북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전략군은 화성-12형 4발을 괌 주변 30~40km 해상에 떨어뜨릴 것이며, 미사일은 일본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해 3356.7km를 1035초 동안 비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락겸은 이어 ‘괌 포위 공격’ 작전에 대한 세부 사항을 김정은에게 보고한 뒤 8월 중순까지 계획을 승인받아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 연합

그러자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에게 ‘분노와 화염’을 맛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좀 약했나 보다”며 “북한은 그들이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므로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또다시 반박했다.

미국과 북한 간의 ‘말싸움’이 점점 더 격해지자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시진핑 중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미 현지시간) 전화 회담을 가졌다. 백악관은 “미국과 중국 정상은 북한이 먼저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중 국가주석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현재 긴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귀하의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북한 ‘괌 포위 공격’할까?

미국과 북한 간의 ‘말싸움’은 ‘성명전’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의 경우 김정은의 의중이 담겨 있는 엄포이기 때문에 쉽게 철회하기도 어렵다. 미국과 일본은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의 ‘괌 포위 공격’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

북한 공식 발표를 참고하면, ‘괌 포위 공격’은 8월 하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이 8월 중순까지 작전 세부계획을 세워 김정은에게 승인을 받은 뒤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요 명절인 ‘공화국 창건일’이 9월 9일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괌 포위 공격’ 시기는 8월 15일 광복절 이후부터 9월 9일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괌 주변에 쏘겠다고 밝힌 화성-12형은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화성-12형을 실은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는 ‘MAZ-547’이라는 중국제 12륜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과거 무수단 미사일을 싣고 다녔던 것이어서 일각에서는 무수단 미사일을 개량한 것이 화성-12형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아무튼 북한은 지난 5월 14일 평안북도 구성군 방현비행장 인근에서 화성-12형을 시험 발사, 성공했다. 당시 화성-12형의 비행거리는 787km였지만 정점 고도가 2111km에 달했고 비행시간 또한 30분이나 됐다. 이를 정상적인 각도로 발사했을 때 사거리는 5000km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북한도 여기에 동의했다.
화성-12형의 정확한 제원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길이 17m, 폭 1.7m, 총 중량 38톤 내외, 추력 85톤의 1단 액체추진 로켓과 지구항법시스템(GPS)과 관성항법장치(INS) 등을 갖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화성-12형의 시험 발사 당시를 분석한 한미 당국 등에 따르면, 목표까지 비행한 뒤 떨어질 때의 속도는 마하 17(5.5km/s) 가량이 될 것이라고 한다. 美정부가 화성-12형 발사 이후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서 미사일 방어체계 요격 훈련을 실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괌을 향해 화성-12형을 발사한다면 이는 한국 동해안 일대와 일본 본토 상공을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때 한국은 화성-12형이 발사된 직후부터 추적은 할 수 있지만 요격은 불가능하다. 요격 무기가 없다. 때문에 일본과 미국이 요격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괌 겨냥 화성-12형, 韓·美·日 대응은?

북한 전략군사령부가 밝힌 화성-12형의 괌 공격 경로는 일본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을 지나 괌 주변이다. 괌에서 시작해 해당 지역을 지나 3500km 내외의 사거리로 계산을 해보면 신포시 주변을 비롯한 함경남도 남쪽 동해안 지역에서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일전에 동북쪽과 동쪽을 향해 IRBM을 발사했던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 방현 비행장 주변에서 괌을 향해 미사일을 쏠 경우 그 경로에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한 뒤 벳푸, 오이타, 구마모토를 지나게 되고, 강원도 원산 비행장 인근에서 쏠 경우에는 사거리가 3300km로 짧아져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 동해안 일대를 지나 야마구치 지역 상공을 통과하게 된다. 따라서 시마네, 히로시마, 고치를 지나려면 함경남도 동해안 지역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 전략군사령부가 밝힌 화성-12형의 경로를 분석해 주변에 요격 체계를 갖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의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지난 11일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방위성 장관이 북한의 화성-12형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시마네현을 비롯한 경로 일대에 패트리어트 PAC-3 요격 미사일 포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키나와에 배치해 놓은 패트리어트 PAC-3 포대와 함께 북한의 화성-12형 IRBM이 괌으로 비행 중 낙하하거나 일본으로 떨어지게 되면 요격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태평양 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과 이지스 순양함에 탑재한 SM-3 미사일과 괌에 배치해 놓은 사드(THAAD) 포대와 패트리어트 PAC-3 포대로 북한 화성-12형을 요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 해군은 2014년 5월 ‘타이콘테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5척과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25척에 탄도미사일 요격용 SM-3 미사일을 장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두 30척의 미사일 방어용 이지스함 가운데 16척은 아시아 태평양에, 14척은 대서양에 배치하기로 했다.

미 해군은 지금도 기존의 이지스함을 SM-3 미사일을 장착한 탄도미사일 방어용으로 개수 중이다. 이미 작업이 끝난 이지스함 가운데 다수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특히 일본 요코즈카를 모항으로 하는 미 7함대에 배속돼 있다.

일 해상자위대는 미국과 함께 신형 SM-3 요격미사일을 개발할 정도로 미사일 방어망 계획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일 해상자위대는 미 미사일 방어국과의 협력 아래 기존의 이지스 호위함(구축함) 가운데 4척을 이미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도록 개조했고, 2척을 개조 중이다.

미 해군과 일 해상자위대가 현재 사용하는 SM-3 Block IA/B미사일은 길이 63m, 최대 폭 1.57m의 작은 크기이지만 700km의 사거리와 500km의 도달 고도 내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을 할 수 있다. 요격 속도 또한 마하 10.2로 스커드나 노동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IRBM 정도는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군이 괌에 배치해 놓은 사드 미사일은 200km 이내에서 150km 고도 내의 IRBM을 요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사드의 요격 능력에 의문을 표하지만,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인근에서 실시한 14번째 요격 시험에도 성공, 100%의 요격률을 자랑하고 있다.

미 해군과 일 해상자위대는 북한이 화성-12형을 발사하는 순간부터 추적해 동해상을 지날 때부터 요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단 한국군이 보유한 ‘그린 파인’ 레이더와 일본에 배치해 놓은 X밴드 레이더를 이용해 화성-12형을 발사한 직후부터 추적을 시작한다.

이후 동해상에 배치한 미 해군과 일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들이 SM-3로 요격을 한다. 4발의 화성-12형 가운데 동해와 일본 남쪽 해역에서 요격을 하지 못한 미사일은 괌에 다다를 때쯤 사드로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화성-12형 요격 후 미국의 대응은 북폭?

북한의 화성-12형 괌 포위 공격은 북한과 미·일 양측에 커다란 위협이자 기회가 된다.

만약 북한이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을 포위 공격할 때 미국과 일본이 요격에 성공하게 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는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고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이 북한 화성-12형 요격에 실패하게 되면, 양국 모두 국내에서 ‘미사일 방어망’ 무용론에 부딪힐 위험이 크다. 북한 것도 못 막으면서 보다 발전된 기술을 적용한 러시아와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어떻게 막겠느냐는 회의론과 함께 국방 예산에 대한 전면 재검토 주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오히려 더 강력한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대북 선제타격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기술이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므로, 화근을 미리 없애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울 것이다.

이와 관련한 외신 보도는 이미 나왔다.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 현대’는 지난 8월 7일자 최신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7월 31일 오전, 57분 동안 가진 통화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했는데, 조만간 핵탄두를 탑재해 실전배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는데 실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 직접 대화, 군사적 행동, 체제 전복 등을 고려했고,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기댄 경제 제재를 해 왔다”면서 “하지만 시진핑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격한 어조로 “북한 건국 기념일이 9월 9일이라고 하는데, 북한 고위급들이 김정은 앞에 도열하는 기념행사가 열릴 때 이곳을 공격하면 문제를 단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거기에 있든 없든 상관없이 북한 타격이 놈들에게 우리 미국의 뜻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때 일본 정부도 협력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아베 총리는 “북한이 쏜 ICBM이 일본 영해에 떨어졌는데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장구치며 “일본은 일·미 안보조약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미국에게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또한 북한을 타격할 때 동맹국인 한국과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혹자는 ‘주간 현대’라는 일본 주간지가 ‘찌라시’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 잡지는 일본 3대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고단샤(講談社)’가 발간하는 유력지다. 이 잡지는 얼마 전에도 “북한이 8월 21일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미국 NBC는 익명의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은 대통령의 지시만 떨어지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면서 “북폭에는 B-1B 폭격기가 동원될 예정이며 20여 곳의 북한 미사일 기지와 생산시설, 지원시설 등이 목표로 선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보도를 뒷받침하듯 북한에 대한 강경한 주장들을 자신의 트위터에 연일 올렸다.

한반도 전쟁과 통일, 외부 세력 손에?

물론 북한의 괌 포위 공격과 트럼프 대통령의 9월 9일 건국절 평양 폭격 모두 ‘블러핑’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처럼 언론에 보도된 대로 갈등이 생기고 전쟁으로 발전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상대방이 이쪽의 의도를 해석할 여지가 많아서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북한의 괌 포위 공격이 실제로 일어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 IRBM을 일부라도 요격한 뒤에 미국이 북폭을 실행한다면, 이는 곧 한반도 전쟁과 통일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은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막을 군사적·외교적 능력이 없다. 미국과 북한 간의 갈등 사이에서 ‘중재’를 할 능력도 없다. 중국이나 일본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 또한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괌 포위 공격을 하고 미국과 일본이 탄도미사일 요격에 나서고 미국이 평양을 공격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한의 괌 포위 공격이 실제로 일어나고, 미국이 여기에 대응해 평양 폭격을 한다면, 한국에게는 알리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 정부가 관련 사실을 알고 북한에 통보하면 이로써 한미동맹은 끝장난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전군에 비상을 내리고 수도권과 전방 지역에 대한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에 대비하는 것뿐이다. 민간인에게도 알릴 수가 없다.

김정은은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달리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때문에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나 1983년 10월 9일 버마 아웅산 테러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처럼 납작 엎드릴 가능성이 적다. 오히려 더 큰 소리를 치며 미국을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재래식 폭격이 아니라 평양과 원산, 영변, 풍계리, 방현비행장, 신포 등에 대해 ‘지하시설 파괴용’이라는 B61-12 핵폭탄으로 ‘핵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핵공격을 받은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방 지역 포병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한국 공격 정도다. 일본까지 공격하면 ‘전수방위’ 전략을 택하고 있는 일 자위대의 참전까지 초래하게 된다.

그렇게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뒤 한반도가 통일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 정부와 국민이 져야 한다. 체계적인 계획에 따른, 단계적인 통일과 남북한 사회통합도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전쟁을 통한 한반도 통일은 김정은 추종세력들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게 돼 통일 이후에도 북한 지역은 치안질서와 정정이 불안한 곳으로 남게 된다. 김정은 또는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무장 반군세력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핏빛 통일’과 이후의 사회적 불안은 지난 25년의 ‘문민 정권’ 동안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비하지 않은 데 대한 대가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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