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납치 南은 혐오, 임지현 사건에 냉가슴 앓는 탈북민들
北은 납치 南은 혐오, 임지현 사건에 냉가슴 앓는 탈북민들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8.10 11:0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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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 축내지 말고 탈북자들 이북으로 추방해라(qkrq****)” “쟤네(탈북자들) 정착금 줄 돈으로 남한 애들부터 살려라. 쟤네가 뭐했다고 맨날 퍼주나(whrh****)” 7월 31일 국내 탈북자 구속수사 관련 경향신문 기사 내용에 달린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탈북, 입북, 다시 재탈북 40대 국가보안법 구속>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처음 탈북했다가 다시 입북해 북한의 대남선전방송 (우리민족끼리)에 출연, 남한 사회를 비방하고 재탈북한 40대 탈북민을 검찰이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자진지원·목적수행 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는 내용이다.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 내용에 흥분하며 탈북민 사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들어 남과 북 모두에서 ‘탈북민 혐오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탈북민이 북한 방송에 출연하면 남한 언론과 네티즌들은 탈북민 사회를 맹비난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당사자인 탈북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여론은 아랑곳 않는 모양새다. 이른바 ‘임지현 사건’을 계기로 대중의 인식 속에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잠재적 간첩’ 으로만 비쳐지는 형국이다.

지난 7월 15일 북한은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이하 우민끼)’를 통해 재입북 탈북여성 임지현(북한 이름 전혜성)을 출연시켜 남한과 남한 내 탈북 사회를 맹비난했다.

3년 전 한국에 입국해 종편의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 사회를 비판했던 임 씨는 우민끼에 출연해 자신을 가리켜 “고마운 조국을 반역한 쓰레기”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러나 짙은 화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 남은 구타의 흔적이 보여 임 씨의 북한 입북과 우민끼 방송 출연에 모종의 의혹을 남기고 있다.

한국 언론은 ‘자진월북이냐, 납북이냐’, ‘북한간첩이냐, 억울한 희생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사건 초기 언론은 ‘임 씨 자진월북에 무게, 북한 간첩일수도’라는 프레임에 맞춰 보도하는 흐름을 보였고, 대중은 이를 ‘임 씨는 북의 간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언론이 한쪽에 치우쳐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하면 네티즌들은 ‘그렇다더라’로 인식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객관성을 잃은 심증적 추측 보도는 의혹을 곧 진실로 만드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언론 보도는 즉각 탈북민 사회를 흥분케 만들었다. 임 씨에 대한 언론 보도 태도가 탈북민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입장에도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북한 대외용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가 7월 16일 재입북한 탈북 여성 전혜성을 출연시켜 남한종편TV들의 북한 소재 프로그램들이 날조극이라고 비난했다. / 연합

그러나 일부 외신들은 <북한 보위부가 북에 있는 임씨 가족 동원, “北 돌아와도 처벌 안한다”고 설득해 임 씨를 중국으로 유인 체포했다>, <임지현 재입북은 北보위성 작품이다> 등의 보도로 임 씨의 납북 가능성을 보도해, 냄비 같은 국내 언론과는 다른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대남선전방송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호들갑떠는 한국 언론들

북한의 대남선전방송 한편에 한국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었고 네티즌들은 흥분했다. 언론은 연일 ‘카더라’ 보도를 남발했고, 이에 자극받은 네티즌은 ‘카더라’ 보도에 근거 없는 비난을 더해 확대 재생산했다.

“와 대박, 그× 북한간첩이었어?”, “탈북자들 받으면 안돼, 다 북으로 돌려보내야 해” “탈북자들은 다 임지현 감싸는 분위기, 다 가라 니네 나라로. 간첩× 같더라. 저× 옹호하는 것들 다 조사해라” “탈북자들 업그레이드된 현대판 간첩일 수밖에 없다” 등 북한 입북과 방송 출연 배경을 둘러싸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 가운데, 임 씨 관련 뉴스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은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일부 북한전문 매체들로부터 임 씨가 사실상 납북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7월 19일 경찰은 임지현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임지현씨가 자진 입북한것으로 단정짓고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공소시효 10년인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임지현 씨 관련 언론의 계속되는 일방적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탈북민 사회 전체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인해 탈북 사회는 큰 상처를 입고 있다.

부산에서 탈북민 단체인 탈북자연대를 운영하는 김태희 대표는 임 씨 관련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7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클(모란봉클럽) 출연했던 탈북자의 북한방송 출현을 보면서 같은 탈북자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다만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든데 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 살리겠다고 나선 그들을 창녀라고 돌 던지지 말아 달라”며 “그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두만강 압록강을 넘어서 그리운 부모형제와 고향땅을 그리며 피눈물 흘리며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어 “남한에서 태어난 당신들은 그들을 간첩이라 하지 말아 달라. 당신들도 그 땅에서 태어났다면 우리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고 북한에 납치됐던 오토 웜비어의 죽음을 보면서도 북한의 악랄함을 모른다면 함부로 돌을 던지지 말라.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리 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곳이 북한”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탈북청년단체인 ‘남북동행’ 한남수 대표(37)는 7월 22일 SNS을 통해 “재입북 임지현, 문제가 뜨겁다. 납치냐, 공작이냐, 혹은 스스로 북으로 간 거냐. 무성한 이야기 속에 속 시원한 진실은 없다. 하나의 진실은 그가 북한 방송매체에 나왔다는 것, 그것도 북한 주민들이 보기 힘든 ‘우리민족끼리’에 말이다”라며 “북한 주민도 시청가능하게 하고 영웅 대접 받게 한다면 반드시 조선중앙텔레비전으로 방송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왜 ‘우리민족끼리’에 방송했을까? 그래서 납치다.

그리고 남한을 비방했다고 나쁜 년, 탈북민 받지 말아 어쩌고 하는데 북한 사회를 모르면 아무 말이나 막 하면 안 된다. 종북보다 무서운 게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관종(관심종자)’들이다. 이번 일 이후로 남한의 탈북민들에게 또 다른 선입견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 탈북민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운영 중인 조명숙 교감도 7월 21일 자신의 SNS에 임 씨 사건으로 상처받은 탈북민들을 변호했다. 그는 “탈북 여성 임지현 씨의 입북으로 탈북 동포들이 긴장하는 것 같다. 또 어떤 한국 사람들은 내게 그녀가 남파간첩인지를 물어와 그분들에게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했다”며 “가엾은 그녀는 살기 위해 또 자신의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을 것이고, 지금도 그녀는 자신과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거라고, 그저 가엾게 여기며 그녀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그 사람들(탈북민들)의 심리를 조금 아는 사람으로서 그녀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또 지금 그녀를 보며 탈북동포들이 얼마나 민망하고 무서울 지 알 것 같다”고 썼다. 조 교감은 특히 “아마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는 간첩을 보는 눈빛으로 남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바라볼까 서럽고 가슴이 철렁거릴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포획 당하는 탈북민들, 외면하는 한국 정부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은 7월 19일 RFA(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임 씨가 북한에 있는 부모를 데려오기 위해 돈을 빌려 중국에 들어갔다는 임 씨 지인들의 증언을 전했다. “북에 남겨진 부모들이 한국에 오겠다고 해서 그들을 데리러 들어갔는데 북한 보위부와 연계된 브로커들의 함정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사령관은 임 씨가 한국에 있을 때 국방 TV에도 출연하고, 종편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다며, 자진월북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한편, 7월 21일에는 중국으로 탈북한 후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탈북자 일가족 5명의 집단 자살소식이 전해져 탈북 사회는 더 큰 슬픔에 잠겼다. 인터넷 매체 ‘블루유니온’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1년 김정은은 자신이 집권한 후 탈북자들의 수가 늘어나자 2012년 국가보위성에 ‘남조선에 나간 탈북자들을 다시 끌어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탈북자 재입북 전문 공작팀 신설, 중국 동북지역 내 탈북 브로커들을 매수하여 한국 정부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협조자 포섭 및 회유를 통해 한국에 협조하는 척하면서 북을 돕는 이중협조자를 양성하고 있다.

그 같은 방침에 따라 ‘탈북자 포획팀’의 첫 번째 희생자가 바로 2012년 6월 자진 월북한 박정숙 씨(71)다. 2006년 탈북, 남한에 들어왔다가 2012년 다시 입북한 박 씨는 평양의 외신 기자들 앞에서 남한을 “썩어빠진 사회”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박 씨는 북에 두고 온 자식들과 연계 중에 북한 보위부의 인질극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자진월북한 것으로 밝혀져 탈북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2013년 5월 한국행에 오른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북한의 비밀공작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 북송된 사례도 있다. 이들 역시 북한 선전방송에 출현해 외신 기자들 앞에서 남한의 탈북민 납치설을 주장하도록 강요당했다.

2016년 7월 15일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고현철 씨가 중국으로 간 후 북한 당국에 체포되어 외신 기자회견에 등장, 남한을 맹비난한 사례도 있다. 고 씨 역시 북한의 유인 함정에 걸려 체포된 것으로 탈북민들은 보고 있다.

▲ 지난해 7월 15일 탈북민 고현철 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되어 외신기자회견장에 등장해 남한을 비난 했다. / 연합

이와 관련해 정양석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월 18일 “탈북자지만 우리 국적을 가진 우리 국민이 납치로 강제 납북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정부는 아무 말이 없고, 대화를 위한 대화만을 되풀이한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임 씨의 재입북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탈북민 현황을 파악하고, 재입북하지 않도록 예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7월 25일 MBN이 보도했다. ‘소재가 불분명한 탈북민들에 대해 점검하고 임 씨와 같은 탈북자들의 재입북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북한 공작에 의한 탈북민 재입북, 납치극에 대한 언론의 왜곡 보도를 바로잡는 정부의 조치 없이는 한겨울 혹한과 다름없는 탈북민들의 마음을 다독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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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8-05-10 15:31:27
애국을 자처한 위장탈북자들 좋은말할때 이북으로 떠나라~!!!! 그것도 못하겠다면 차라리 아베신조가 있는 일본으로 꺼져라~!!!! 특히 극우보수성향의 미모의 탈북여성들에게는 일본이야말로 안전지대겠다~!!! 왜? 재특회간부의 첩으로 살면서 호화사치생활을 맘껏 누릴수있으니까....!!!!!

박혜연 2017-08-10 14:22:26
여기 미래한국이나 뉴스타운 뉴데일리 데일리안 미주통일신문 푸른한국닷컴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월간조선 주간조선 조선펍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는 종북빨갱이 언론사들만큼이나 막말보도질이나 서슴없이 해대는 그야말로 답없는 애국우파언론사들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아둬야된다~!!! 미래한국 기자인 백요셉도 탈북자지만 인간성은 쓰레기더구먼?

박혜연 2017-08-10 12:45:55
종북빨갱이들보다 더 무서운게 바로 보수탈북자들이라 자처한 위장탈북자들이로세~!!!!